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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5.01 비키니 인기 核실험 덕 ?
출전 :http://kdaq.empas.com/knowhow/knowhow_view.html?num=21467&ps=kbl&pq=
세계 여러 나라의 지명 혹은 산이나 강 이름 중에는 의외로 뜻이 단순한 경우가 많다. 이집트의 강 이름인 나일은 그 자체가 고대 이집트어로 강이란 뜻이다. 독일의 라인강도 독일어로 강이란 뜻이고,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자이르강도, 미얀마의 메콩강도 그저 '큰 강'이란 의미다.

엔야가 부른 노래 제목이기도 한 '오리노코 플로'의 오리노코 강도 카리브어로 '강'이란 뜻인데, 스페인 사람들이 강 이름인 줄 혼동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저 원주민은 강이라고 답했을 뿐인데, 스페인 사람들이 강 이름인 줄 착각했던 모양이다. 호주 원주민 말로 '모른다'는 뜻의 캥거루가 동물 이름이 된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나 할까.

아랍어로 사막이란 뜻인 사하라나, 켈트어로 산을 뜻하는 알프스를 지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걸 보면, 이런 식의 명명법을 흔히 사용했던 모양이다. 멀리 찾을 필요도 없이, '서울'이란 말도 그 자체가 '수도'라는 뜻 아닌가.

지명 중에는 과학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있다. 아프리카 북서 해안에서 1백㎞쯤 가다보면 에스파냐의 통치를 받고 있는 카나리아 제도라는 일군의 화산섬이 나온다. 과연 카나리아 제도에는 카나리아 새들이 살고 있을까.

지리학에 관해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뉴욕타임스에 기고하고 있는 케네스 데이비스의 책 '지오그래피'에 따르면, 카나리아 섬에 처음 도착한 유럽인은 그리스인들이었는데, 섬에 큰 개들이 많아 '인술레 카나리에', 즉 '개들의 섬'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섬에 살던 토박이 새에게 카나리아라는 섬 이름을 붙여 오늘날 카나리아는 새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카나리아 제도에 카나리아가 사는 것은 사실이란 얘기다.

또 하나 흥미로운 지명은 태평양 한복판에 위치한 마셜 제도의 '비키니' 섬들이다. 이들은 모두 죽은 산호로 이루어진 환초, 즉 얕은 바다에서 원형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산호섬들이다. 산호는 맑고 따뜻한 얕은 바다에서 사는 바다 생물인데, 죽으면 몸의 부드러운 부분은 씻겨나가고 각질만 남게 된다.

이렇게 죽은 산호의 껍질 위에서 새 산호가 자라는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산호는 거대한 섬을 이룬다. 그렇다면 비키니는 환초 이름이 먼저였을까, 아니면 수영복 이름이 먼저였을까.

정답을 먼저 말하자면, 환초 이름이 먼저다. 비키니 섬들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환초가 된 데에는 미국이 이곳에서 1946년부터 58년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원자폭탄 실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방사능의 수치가 너무 높아 거주불능 지역으로 선포될 정도로 가슴아픈 역사의 상처가 배어있는 곳이다.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이 있었던 46년으로부터 1년이 지난 여름, 프랑스 리비에라 해안에서 또 다른 폭발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여자들이 위아래로 나누어진 '속옷에 가까운 수영복'을 입기 시작한 것이다.

이 수영복의 이름이 왜 비키니인가는 아직도 지리학계와 패션계의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여러 가설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처음 비키니 수영복이 등장했을 때 수영복이 구경꾼들에게 미치는 효과가 원자폭탄만큼 폭발적이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하는 가설인데, '믿거나 말거나'다.

올 여름도 대한민국 해변은 수많은 '비키니 섬들(?)'로 가득할텐데, 한가지 확실한 것은 핵실험과 끈질긴 인연을 맺는 섬은 비키니 하나로 끝나야 한다는 것이다.
Posted by 상운(祥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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