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반영 비율을 둘러싸고 교육부와 대학간의 힘겨루기가 있었다. 이 문제가 자꾸 불거지면 서로 문제가 심하니 적당히 봉합만 하려할 뿐 사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이 대목에서 갑자기 내신 제도의 본질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내신 제도, 내신 제도 강화가 과연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고 있을까, 아니면 교육의 황폐화를 가속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입시경쟁의 과열, 학벌 사회의 문제점, 과중한 사교육비, 또 이로 인한 사회 위화감의 심화 등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교육 현장에 내신 제도의 도입을 환영하였고, 이러한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하여 현 정치 세력은 내신 성적의 실질 반영률을 낮춤으로써 수능 성적의 비중을 높인 일부 상위권 대학의 행동에 대해 분노하며 내신 성적 반영률을 높이려 하고 있다.
내신 성적 반영에 의한 진학 제도가 자리잡으면서 고입 연합고사가 사라진지 십수년이 지났다. 아직도 비평준화 지역이 더러 있긴 하지만 대개 내신 성적에 의해 선발하게끔 되어 있다. 특목고 진학에 있어서도 중학교 내신 성적의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중학교 교육은 이제 의무교육이며, 보편교육이라 할 수 있어 모든 교과를 골고루 일정 수준 이상 이해하고 습득하는 것은 반드시 권장할 일이긴 하지만, 모든 교과를 거의 만점으로 1등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학생, 학부모를 지치게 한다. 모든 교과에서 남보다 우수해야 특목고에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은 넌센스이다. 특목고는 말 그대로 특수 목적을 위해 설립한 고등학교일진대.
내신, 내신, 내신 강조가 오히려 특목고의 성격을 저버리고 일류대, 상위권대 가는 지름길로 인식하게 만든게 아닐까?
한 분야만 잘해도 된다는, 특기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모든 분야에 모두 최우수일 것을 강요하여 '특수' 목적 고등학교의 학생을 선발하게 하는 것은 잘못된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고교생을 보면 올해부터 대입제도에서 수능 원점수 공개를 피하고 등급만으로 전형한다. 물론 내신 반영률이나 논술, 면접 등의 다른 영역 반영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이에 대해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니 하며 고교생들이 반발하기도 하였다.
공부를 잘 한다는 것 (잘 하게 한다는 것)은 학생이 학업에 흥미를 갖고 재미있게 임하며 공부에 몰입하고 (몰입하게 하고), 또 그러면서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자신에게 요구되는 일정한 수준 이상의 학습능력을 달성하기위해 노력는 것(노력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날 내신 만능의 풍토는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좀 더 채우고 스스로교과 내용면에서 만족할 수준으로 나아가게끔 하기보다는 내 주변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과 등수, 등급다툼만 하게 만든다. 자신의 참된 실력보다 1등이니 2등이니 1등급이니 2등급이니 하며 성적이 더 중요한 것처럼 만들었다.
지금 나의 말이(글이) 어느 한 입장에 치우친 억지논리라고 비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내신을 지나치게 만 강조하는 논리 역시자기 논리만 내세우는 억지 주장으로 보인다.
내신 제도가 도입되어 꽤 정착단계에 이르른 지금 내신 내용에 담긴 내용은 무척 많다. 교과 성적만 담겨 있지 않고 자치활동, 계발활동, 행사 활동, 봉사활동, 체험 활동등등 학생 활동에 대한 내용도 있고 각종 자격증, 수상 기록도 있으며 최근에는 독서활동도 기록하고 있다. 출결 상황 및 학생 생활 전반에 대한 판단인 종합의견도 물론있고 말이다.
학생의 출신학교에서 재학 중 학생에 대해 지금처럼 꼼꼼하게 기록을 남겨 학생이 진학하려고 하는 상급 학교에 전형 자료로 주는 것은 매우 좋은 제도이며 또 반드시 계속 유지되어야한다고 본다. 내신 기록이 학생의 합격 당락에도 크게 영향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제도가 좋은 방향으로 제대로 활용되려면
역설적으로 현재처럼 무조건 내신 반영 몇 %이상이라는 사고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현재의 내신 제도는 학생, 교사를 우물안 개구리로 만들고 있으며, 함께 서로 도와주고 같이 공부할 주변 친구를 적으로 만드는 극히 비교육적인 제도로 치닫고 있다.
Posted by 상운(祥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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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상위권 대학들과 교육부(노정권)의 힘겨루기가 벌어지면서 새롭게 바뀌는 수능을 앞둔 입시생들에게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2004년 10월 교육부는 학생부를 중시하는 새로운 대입제도를 확정 발표했다. 2008학년도 대입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학생부 교과성적(내신)을 9등급으로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수능 점수는 비공개로 하고 등급만 알려줌으로써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취지였다.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게 되자 2005년 말 이른바 상위권 대학들이 통합 논술을 들고 나왔다. 논술이 당락을 좌우하는 본고사 형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교육부는 대학들의 논술에도 규제를 가하였다.
또 교육부에서 새로운 수능이 실시되는 2008학년도 입시부터고교 내신 반영비율을종래 40%에서 50%로 강화할 것을 종용한 결과 서울대, 연세대 등 총 129개 대학이 학생부 50% 반영을 약속하였다.
죽음의 트라이앵글(수능, 내신, 논술 3가지를 다 잘해야 한다는, 하나라도 망치면 입시 망친다는 말임)이니 뭐니 하며 학생들의 촛불시위 등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지만 정권, 교육부의 입장대로 쉽게 가는 듯 하였으나, 막상 올해 새로운 수능 제도의 실시를 앞두고 대학과 교육부의 힘겨루기는 시작되었다.
올초고려대가 수능 우선선발제를 내세우며 호응을 얻자 연세 등이 뒤따랐다.지난 4월 서울대에서 내신 1·2등급 동점 처리 방침을 내놓았을 때 교육부는 이를 방관하자 급기야 6월 12일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에서 내신 4등급까지 만점을 주겠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 정도에 이르자 대통령이 지시에 따라 교육부는 6월 15일 내신 실질 반영률 50%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서울대는 기존 입장(지난 4월 발표 내용 즉 1,2 등급을 같이 만점으로 처리하겠다는)을 고수하겠다고 하고 교육부는 이를 제재하겠다고 언론은 전한다.
왜 이런 사태가 나타났는가? 애시당초 잘못된 단추를 채웠기 때문이다. 새로운 대입제도는 특정교과에 아주 뛰어난 학생들에게 아주 불리하며, 실력보다 실수가 당락에 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학자들의 연구결과도 있다. 무조건 작금의 상황을 상위권 대학의 이기주의라고 몰아붙이기만 해서는 안된다. 교육부 측에서 나온 인사들이 토론회 때마다 자주 거론하는 프랑스의 예를 들어보자. 대학입학자격고사라고 할 수 있는 고교 졸업시험 바칼로레아만 합격하면 대학에 무시험 입학할 수 있다고 하지만 프랑스의 경우 우리보다 대학 진학률이 훨씬 낮고 또 국립대 위주의 대학에서 탈락률이 높아 들어가기만 하면 대부분 졸업하는 우리의 여건과는 크게 다르다. 우리나라도 과거 졸업정원제를 실시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지 않는가? 재학생이 곧 돈인 사립대들(그것도 무분별하게 마구 늘여놓은)에서 학생을 마구 짜를 수 있겠는가, 프랑스는 최상위권 학생들을 선별 전형하는 엘리트 코스인 그랑제꼴이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
같은 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같은 처방, 같은 약이 똑 같이 효험이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체질의학을 밝힌 동의수세보원의 이제마 선생 예를 들 것도 없다.
그나마 내신 위주로 재학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수시 전형과, 재수생이나 특목고, 비평준화 우수고교 졸업생에게 유리한 수능 위주의 정시라는 어느 정도 양쪽의 입장을 충분히는 몰라도 그런대로 만족시켜주며 체제가 자리잡혀가는 와중에 노무현 정부의 과욕이 화를 부른 것이다.
교육부는 수조원의 대학지원금을 움켜쥐고 깡패짓만 해서는 안된다.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옛말이 있다. 현 정부가 제발어설픈 논리와 철학으로 오만과 독선을 계속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입각전 나름대로 균형잡힌 교육관을 보여준다고 여겨지던 김신일교육부총리 겸 장관의 생각이 궁금하다. 대통령의 명을 거역하지 못해 속만 끓이고 있는지 아니면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여기며 진두지휘하고 있는지자못 궁금하다.
Posted by 상운(祥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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