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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28 정도전의 원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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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遠遊歌」14)


置酒賓滿堂 술 잔치에 손님들 가득한데
起舞歌遠遊 일어나 춤을 추며 원유를 노래하네.
遠遊亦何方 멀리 노닌다면 또한 어느 곳인가
九州復九州 구주를 돌고 또 돌자.
- 중략 -
峨峨靈臺高 우뚝 드높은 영대
藹藹祥雲浮 뭉게뭉게 떠 있는 상서로운 구름.
鳳凰鳴高岡 봉황은 높은 산등성이에서 울고
關雎在河洲 물수리는 하수의 물가에 있네.
綿綿千載後 천년 후에도 면면히 이어져
綽有無疆休 그지없는 아름다움 지녔네.
繼世何莫述 후세에 어찌 계술이 없어서
王風日以. 왕도의 기풍 나날이 변했는가.
祖龍呀其口 조룡이 입을 벌리고
一擧呑諸侯 한번에 제후국을 삼켰네.
阿房與天齊 아방궁은 높이 하늘까지 솟아
兀盡蜀山頭 촉산 꼭대기를 민둥산을 만들었네.
禍在魚狐間 화가 물고기 배와 여우 울음소리에 있어
一朝輸項劉 하루 아침에 항우와 유방에게 돌아가게 했네.
孰非出民力 백성의 힘에서 나오긴 마찬가지나
得失如薰蕕 그 득실은 훈유처럼 다르네.
徘徊感今昔 지금과 옛날을 느끼며 배회하다가
日晏旋我輈 해가 늦어 수레를 돌렸네.
滿堂賓未散 가득한 손님들 아직 흩어지지 않고
擧酒相獻酬 술 들어 서로 권하는데
高歌未終曲 높은 노랫소리 끝나기도 전에
雙涕爲君流 임금 위한 두 줄기 눈물 흘러내리네.

遠遊歌는 악곡명을 딴 것인데, 원래는 굴원의 「遠遊」15)에서 유래한 것이다. 삼봉은 노국공주를 위해 影殿을 짓는 대규모 공사로 인해 토목의 役事가 자주 일어나므로 이에 周秦의 잘잘못을 칭탁하여 풍자하고 있다.16) 삼봉의 시 가운데 가장 雄健豪放한 작품이다. 손님 가득한 술자리에서 원유가를 부르는데, 중략된 부분에선 아침에 洞庭湖에서 노 젓다가 저녁에 易水에 배를 대기도 하며 천하를 주유한다. 그러다가 문득 역사를 회고해 보는데, 堯ㆍ舜, 夏ㆍ殷代를 돌아보고는 주나라로 넘어왔다. 周 文王의 靈臺는 천년이 지나도록 상서로운 구름이 떠 있고 아름다움을 변함없이 지니고 있다. 그러나 선왕의 정치를 후대 사람들이 따르지 못하여 왕도정치가 날로 사라졌다. 결국 진시황이 제후국들을 집어삼키고 통일국가를 이루었다. 그 위세는 대단하여 杜牧之가 .阿房宮賦.에서 묘사하였듯이17) 촉산을 민둥산으로 만들고 아방궁을 높이 세웠으나 陳勝과 吳廣 같은 이들이 폭정에 반기를 들었고, 결국 항우와 유방이 천하를 놓고 건곤일척의 싸움을 펼치게 되었고 했다.
삼봉은 주 문왕의 영대나 진시황의 아방궁이 모두 백성들의 힘을 빌어 이루어진 것이지만 향기로운 풀과 악취 나는 풀처럼 차이가 있는 것이라 하였다. 아직도 손님들 흩어지지 않고 술자리는 계속되는데, 삼봉은 원유가를 채마치기도 전에 임금을 위한 두 줄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노국공주를 위한 影殿도 백성들의 피땀으로 지어지고 있는 것이지만 주 문왕의 영대가 아니라 진시황의 아방궁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손님 가득한 술자리에서 원유가를 부른다고 한 것은 물론 실제 상황이 아니라 시적 장치일 뿐이다. 시의 끝 부분에서 보듯이 삼봉은 잔치에 모인 화락한 술 손님들과 정서적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 손님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홀로 원유가를 부르는 것을 시적 상황으로 설정한 이유는 세상 사람들이 작금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모두 취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연의“高歌”는 홀로 깨어 세상을 바라보는 지사의 비통함이 담긴 말이다. 삼봉은 자신의 시나 언행을 “狂言”18)ㆍ“狂歌”19)ㆍ“狂態”20)ㆍ“浩歌”21) 등으로 표현하였는데, 모두 현실에서 용납될 수 없는 자신의 큰 뜻을 암시하는 것으로, “高歌”와 같은 의미를 지닌 시어들이다.
강직한 성품 그대로 부화한 수식 없이 구주와 고금을 단숨에 훑어가면서 역사의 공과를 포폄하고 있다. 4구에서 반복법을 사용한 것도 그렇지만 시전반에 걸쳐 첩어를 적절히 사용하여 힘찬 어조를 유지하고 있다. 중략된 부분의 ‘翼翼’ㆍ‘崇崇’ㆍ‘翩翩’ 등과 인용된 부분의 ‘峨峨’ㆍ‘藹藹’ㆍ‘綿綿’ 등이 그러한 것이다. 이처럼 빠른 시공간적 변화와 힘차고 거대한 심상의 시어들이 웅건한 삼봉 시의 표현상 특징이다.
Posted by 상운(祥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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