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 아는 분들과 경주문화 엑스포를 보러 갔다가 불국사앞 계림 유스호스텔에서묵었다. 사장님께 가까운 곳의 좋은 식당을 추천해 달라니 불국사 바로 앞의 부산 식당을 소개해 주었다. 담백하고 깔끔하게 잘 먹은 기억이 난다. 함께 간 일행- 모두 다른 지방 출신들임-들도 만족해 하였고.
마침 부산식당에 대해 호평을 한 글이 있길래 옮깁니다. 아래 글은 파란의 블로그에서 (http://blog.paran.com/hambbak/1821896) 퍼온 글임을 밝힘니다.
지난 연말에 가족과 약속했던 경주여행을 부득이 연기했다가 일요일 오후에 길에 올랐습니다.
다행히 그제 내린 눈이 많이 녹아 승용차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전날에 친목회로 밤샘을 하다시피 했지만 정차하고 쉴 만큼 피곤하지는 않아서한달음에 불국사 바로 못미처 코오롱호텔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코오롱호텔이 좋은 이유는 보문단지에서 뚝 떨어져 한적하고 조용하기 때문입니다.

잠시 쉬다가 감포로 향했습니다. 감포의 회 맛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밖에 나오자 진눈깨비가 내렸습니다. 느린 걸음이었지만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에 마음이 내리닫이로 흥하여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우편으로 '감은사지'로 가는 길을 버려두고 감포로 향하는게 마음에 걸렸지만 그곳을 들르면 무령대왕이 모셔졌다는 바닷가까지 안 갈 수가 없고 그렇게 되면 시간이 넉넉치 못해 할 수 없었습니다.

드디어 감포 도착. 곧바로 '늘시원' 회 쎈타로 직행. 이 곳은 지하로 내려가면 홀 양편에 바닷물이 꽉 들어찬 수족관이 있고 '방어','돔', '쥐치', '도다리' 들이 떼지어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바다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습니다. 엄청나게 큰 돔의 행렬이 우편 머리 위로 지나갑니다. 분위기에 비하여 회 맛이 떨어지는데... 그 이유는 워낙 대형업소다보니 미리 미리 회를 쳐 놓기 때문일 것입니다. 감포에 와 회를 먹을라치면 이 곳 보다는 바닷가를 따라 얼만큼
가면 해변에 몇 가구의 주민들이 회를 파는 곳이 있는데, 이 곳에 가야 제대로 된 회 맛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눈에 선합니다. 몇년전에 늙은 부부만 사는 집을 찾아 갔는데 꽤 늦은 시간이었어요. 9시가 다된 시간이었는데... 어구를 정리하고 아랫목에 앉아 계셨지요. 회가 먹고 싶어 왔다 했더니 골고루 회를 치는데 이 고기는 무어고 어디가 맛이 있으며 어느 미끼를 써야 잘 잡히고 수심 어느 정도에서 잘 잡힌다 등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같이 갔던 동료 1명과 부부 이렇게 넷이서 소주를 마시며 부부의 객지에 나간 아이들 얘기며 노래 한가락씩을 젓가락 두들기며 불렀습니다. 기어코 할머니 눈에서 눈물이 나올 때에야 일어섰습니다. 결국 돌아오는 날까지 그 부부집을 세번이나 더 갔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 부부가 아닌 '늘시원'을 택해야 했는데 딸을 위해서였습니다. 마지막 갔던 날 할아버지 할머니가 싸주시던 김이며 오징어며... 언젠가 또 찾아뵙겠습니다.

돌아와 창가에서 가든골프장으로 향한 정원에 소담히 내리는 눈을 보았습니다. 눈은 침엽수에 앉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습니다. 활엽에 쌓인 눈은 설화를 피어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가로등 밑으로 하얗게 내리는 눈을 보며 괜시리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가 거기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내게 별이고 꽃입니다.

아침은 토함산 산마루를 타고 붉게붉게 물들이며 왔습니다. 석굴암 입구의 일출보다는 사우나를 택한 모녀의 선택을 나무랄 맘이 없습니다. 창가에서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고 내 시간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커피숍 아메리칸 스타일의 아침을 써비스받고 싶어하는 딸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가 다니는 음식점에 실망했니? "노우! 대디." 그래그래 그럼 그냥 가는거다. 불국사 주차장 바로 앞에 '부산식당'이 있습니다 이 집은 같은 장소에서 30여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집으로 모든 음식이 맛이 있습니다.

특히 이 집의 하루나(충청도에서)=겨울초 (경상도에서)=시나나빠(우리말화된 일본어)와 무우를 생으로 무쳐낸 음식은 이 집말고는 어디서고 먹을 기회가 없을 것이다. 물론, 겨울에만 먹을 수 있다. 무우의 백색과 하루나의 파란색 그리고 양념들의 색깔이 조화스러운데다 무우가 마치 배를 한입 베문거처럼 달콤하다. 이 하루나가 꽃이 피면 유채꽃이다.

이 집은 또 깻잎이 특이한데, 가을깻잎을 삶아 간장에 담그고 물엿을 버무린 것으로 부드러우며 간지럽고 달콤하며 새근새근하다. 여러 반찬을 내어 놓는데, 푸짐한 도토리묵과 산채류들, ... 입맛이 다시 당기네. 이제부터 말할게 이 집을 내가 자랑하는 이유다. 이 집은 아침은 어떤 음식을 시키던 된장찌개를 한 뚝배기 내어 놓는다. 한국사람은 아침에 된장국을 먹어야 하루가 시원하다는게 이 집 주인장의 말씀이다.

우리는 송이전골을 주문했는데... 역시 맛이 있다. 하지만 딸은 된장찌개에만 손이 갔고 주인아주머니가 신기해하며 쳐다본다. 결국 주인아주머니가 주방엘 가더니 펄펄 끓는 된장찌개 한 뚝배기를 다시 끓여 내 왔다. 와! 어디가서 이런 써비스를 받아 보는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곤 다시 한 뚝배기를 끓여내는 저 마음을 보라. 됐다. 이것으로 경주여행은 충분하다. 딸은 말한다. 어쩜 이렇게 맛있지? 그래 그거봐라. 어디 콘프레이크류하고 같니? 아주머니 다시 커피까지 내온다
이젠 차를 두고 가란다. 주차장에 가면 주차비 3,000원이라고...

경주에 가면 늘 아쉽다. 무엇보다도 남산을 둘러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경주박물관을 훑어보는 것으로 대신했는데... 아! 월요일다. 휴관일이다. 차라리 불교미술관에나 들릴 것을... 차를 돌려 안압지로 향하다.

불국사, 안압지, 대릉왕, 첨성대, 포석정을 둘러보고 집으로 향하다
추풍령 카페테리아에서 한 끼니하고...

부산식당은 0561-746-4640 이다. 대접에 비하면 전화번호 하나 소개하는 것으로 미치지 못한다. 참, 맛있는 집이다. 단골들만 다니는... 가보면 안다. 왜 단골이 되는지, 또 단골들만 다니게 된 입지조건을 갖고 있음을...

Posted by 상운(祥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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