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7일, 오늘 낮,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 개정 교육과정안을 확정 발표하였다.
발표 내용을 간추려 보면

첫째,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을 현재의 10년(초1~고1)에서  9년(초1~중3)으로  줄인다.
둘째,  국민공통 기본 교과군을  10개(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실과, 외국어, 체육, 음악, 미술)에서 7개(국어, 사회·도덕, 수학, 과학·실과, 외국어, 체육, 예술)로 줄인다.
 고교는 인문사회(국어, 도덕, 사회), 과학기술(수학, 과학, 기술가정), 예체능(체육, 음악, 미술), 외국어(영어, 제2외국어), 교양(한문, 교양) 등 5개 영역에서 기초(국어, 영어, 수학), 탐구(사회, 과학), 예체능(체육, 예술), 생활교양(기술가정, 제2외국어, 한문, 교양) 등 4개 영역으로 통합한다.
셋째, 학교 단위로 교과군별 연간 총 수업시간의 20% 범위 안에서 수업시간을 자율적으로 늘이거나 줄일 수 있다.
넷째,  집중 이수제를 도입하여 주당 수업시간이 1~2시간인 도덕·실과·음악·미술 등의 과목은 특정 학기나 학년에 몰아서 수업을 할 수 있다. 
다섯째, 지나치게 세분화되어있는 사회(도덕)과 선택과목을 현행 13과목에서 9개 과목으로 통합·축소한다.
여섯째, 특별활동과 창의적 재량활동으로 구분되어 있는 비교과 시간을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통합하고 주당 2시간에서 4시간 이상으로 늘인다. 
마지막으로, 이번 개정 교육과정은 2011년 초1·2, 중1, 고1, 2012년 초3·4, 중2, 고2, 2013년 초5·6, 중3, 고3 등으로 단계 적용한다. 

언뜻 보면 중등학교 학제와 다른 현행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을 학제와 들어맞게 바로 잡은 것 같고, 교과목 수와 내용을 줄여 학생의 부담을 줄여준 것처럼 보인다. 
또 학교의 재량을 늘여주고 고교의 경우 완전 선택제로 운영함으로써 하여 학교 특성에 따른 교과 편성도 가능케 하여 교육의 다양화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 보면 2009 개정 교육과정에는 많은 문제점이 숨어있다.
우선  교육과정 개정 작업이 매우 졸속적, 강압적으로 추진되었다.
작년 2008년 10월에 대통령 자문기구로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만들어졌고 그 산하기구로 교육과정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은 올해초 1월 9일이었다.
다음은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여 구성된 위원 명단으로  출처는 국가교육기술자문회의 홈페이지의 자료이다.
◇위원명단
이돈희 민족사관고 교장, 이종재 서울대 교수, 허숙 경인교대 총장, 이인선 계명대 교수, 오세정 서울대 자연대학장, 민경찬 연세대 대학원장, 곽병선 경인여대 학장, 김성열 경남대 기획부처장, 김경자 이화여대 교수, 한현옥 부산대 교수, 이명숙 경기대 교수, 이명분 인천완정초 교감, 이혜경 관동중 교감, 김승 풍암고 교장, 신경인 충북반도체고 교장, 곽영훈 사람과 환경그룹 회장, 윤생진 금호아시아나 인재개발원 원장, 김종현 한국디지털미디어고 이사장, 송승환 한국뮤지컬협회 이사, 권현창 홍익대 교수, 이강백 서울예대 교수,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 최재천 이화여대교수

지금까지의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서 교육학 전문가와 교과교육전문가가 함께 논의를 하였다면 이번에는 교과교육 전문가를 철저히 배제하였음을 위원 명단에서 알 수 있다.
제대로 공개적 의견 수렴이나 토론의 과정이 전혀 없이 이들만의 밀실 작업을 거쳐 이른바 '미래형 교육과정'이라는 이름으로  시안이 처음 공개된 것은 5월 31일이었다.  이후 많은 반대에도 불고하고 요식적인 두 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오늘 확정안이 발표된 것이다.

이미 7차교육과정(1997년에 만들어짐)을 부분 수정한 2007 교육과정에 따라 새로운 교과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며 아직 실행에 올려지기도 전에 졸속적으로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한 결과,  전혀 교육과정이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초기에는 2007년 교육과정으로 만들어진 교과서로 수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추후 또 다시 새롭게 교과서를 만드는 작업으로 엄청난 국가적 예산 낭비가 될 것이다.

오늘날 학생, 학부모의 교육 부담은 학생이 배워야 할 교과목 수 때문이 아니다.  대학 설립을 마구잡이로 허용함으로써 대학 진학율이 80%가 넘은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져 이제는 누구라도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과  또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난 속에 명문대 인기 학과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변석개로 바뀌는 입시제도가 학부모와 학생의 불안감을 키워 더욱 사교육 부담을 늘여온 것이다. 

배우는 과목수만 줄어든다고 학생들이 집에 일찍 가는 것도 아니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으로 수업시수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이 과목, 저 과목 선택의 폭은 줄어든 채 국,영,수 중심의 과목만 줄창 들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학교에서 하는 보충수업(방과후 교육활동이라 하지만 실상은 보충이다)이 허용 차원을 넘어 오히려 적극 권장되고 있지 않는가.

입시 중심의 교육이 계속되는 한 학교 자율성을 늘여준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의 실시는 학교현장에서 국, 영,수 중심의 입시교육 강화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히 뻔하며 이는 다시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과목이라도 입시에서 비중이 떨어지는 과목은 아예 학교현장에서 자리잡지 못하게 될 것이다.  현 정부 출범이후 일제고사가 강제되고 앞으로 그 성적마저 공개하겠다는 마당이니 일제고사나 대학 입시와 관련이 없거나 먼 과목은 아예 학교에서 선택되지 않거나 배우더라도 최소시간으로 줄여서 1학년 때 몰아서 해 버릴 것이 뻔하다.
말이 좋아 '집중이수제'이지 이는 학교를 단기 속성 학원으로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입시에 상관없으니 고교 1학년때 음악, 미술, 체육 다 몰아쳐 하고 2,3학년때는 학생들이 좋아하고 또 꼭 필요한 체육시간이 없어지는 게 아닐런지.
이 무식한 것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더니 ㅠㅠ

정보화 시대에 정보, 컴퓨터 과목이 고교에서 사라지게 된 점도 아이러니지만 한국사의 실종이 우려된다.  일본의 역사왜곡, 중국의 동북공정 추진 등으로 한동안 국사교육 강화가 제기된 적이 있었는데 이제 한국사 교육도 고교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  현재 고교 1학년에서 필수로 배우는 과목이지만 2007년 교육과정에서 심화 선택과목이 된 한국사는 아예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선택과목에서도 사라졌다.

충분한 논의와 합의의 과정없이, 갑자기 밀어붙여 교육현장을 더욱 황폐화시키는 2009 개정 교육 과정은 막아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건만,  미디어법이다. 4대강 사업이다. 무조건 밀어붙이는 현 정부는 교육마저도 이렇게 망치려드는가
 
Posted by 상운(祥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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