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은 새해 설날이었다.  설명절연휴부터 서민을 울리는 정책이 발표되었다.
이명박 정부와 집권 한나라당은 경기 부양을 이유로 이미 빗장 풀린 부동산 규제의 마지막 보루마저 허물어 규제 전면 폐지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 당정 협의회에서 한나라당은 민간 부문 분양가 상한제 폐지, 강남3구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지방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위한 양도소득세 한시(5년간) 면제 등을 제안하였고 이에 화답하여 오늘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3가지 규제의 철폐를 주장하였다.
이는 지난해 11월 11.3부동산 대책으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제외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폐지, 재건축 규제 대폭 완화, 양도세 감면 확대, 소형주택 의무건설비율 축소 등 부동산 규제가 이미 상당히 완화된 상황에서 사실상 남아있는 부동산 규제를 완전 철폐하겠다는 것이다. 건설사와 부동산 부자만을 위한 이런 정책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져  집없는 서민들의 내집마련의 꿈을 더욱 요원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지금까지 역대 정권이 일관성 없이 경제상황에 따라 부동산 정책에서 규제 강화, 규제 완화를 반복해온 결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부동산의 거품만 키웠고,  버블세븐[각주:1] 등 일부지역 부동산 소유자의 엄청난  불로소득을 보장해준 대신 다른 지역 부동산 소유자 및 집없는 서민의 마음만 멍들게 하지 않았던가? 근본적 해결책을 찾는 대신 냉온탕을 오락가락하는 정부정책 탓에 부동산 시장은 그동안 10년을 주기로 요동쳤다. 

중동특수로 호황을 누리던 1970년대 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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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박정희 정부는 부동산 투기억제 및 지가 안정대책, 경제안정화 종합시책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시장안정에 주력했다.  강력한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으로 주택공급이 감소하고 시장이 침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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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1980년대 전두환 정부는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양도세율 인하, 투기지역 해제, 부동산  자금출처 조사 배제 등의 규제 완화 조치를 잇달아 발표하였다. 규제완화에 따라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투기가 확산되자 투기과열지구 도입 등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토지 및 주택문제종합대책, 1983년)으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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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저 호황에 힘입어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토지개발로 인한 불로소득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당시 노태우 정부는 ‘토지 공개념[각주:2]’을 바탕으로  1988년의 8·.10 부동산 안정대책과 주택 200만호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토지공개념에 따라 1989년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환수제, 토지초과이득세를 입법화하였다.  이러한 강력한 투기대책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 부동산 시장은  안정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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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위기이후 정부의 정책방향은 다시 ‘규제완화’로 돌아섰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부동산 경기 활성화 시책을 추진하였다. 토지규제 완화, 토지공개념 폐지, 양도소득세 인하, 분양권 자율화 및 전매제한 폐지 등이 단행됐고 부동산 시장은 다시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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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열기 과열을 잡기 위해 노무현 정부에서 거래규제, 재건축아파트 규제, 실수요자 중심의 청약제도 개편,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강도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을 폈지만 성공하지 못하였다. 저금리와 통화의 과잉공급(과잉 유동성)에 힘입은 부동산 열기를 잡지 못했고, 국토균형개발 명목으로 실시한 공공개발(기업도시, 혁신도시 건설 등)도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여 전국의 토지가격을 급상승시키며 오히려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속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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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불황 빠진 이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는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까? 다시 10년주기의 부동산 불패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집없는 서민의 서러움과 일부 부동산 과열지구밖에 사는 대다수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은 차치하고라도 지금까지의 성공(누구를 위한 성공인지는 묻지 말자)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일본과 미국에서 이미 증명된 부동산 거품 붕괴의 엄청난 파장을 보고도 당장의 경기진작을 위해 실패한 전철을 밟으려 하는가?

실물경제가 우리보다 훨씬 탄탄한 일본도 지난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10년간의 엄청난 고통이 있었다. 1987년 10월19일의 블랙 먼데이(뉴욕의 주가 대폭락)이후 세계 금융공황의 위험성이 커지자 일본의 다케시다 정부는 미국 레이건 정부의 요구대로 계속적인 금리인하와 통화량 확대를 단행하고, 이에 일본의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은  저금리와 넘치는 통화량에 힘입어 거품성장을 계속하였다. 마침내 1990년 일본의 주가가 급락하자 부동산 시장도 1991년부터 끝없는 추락의 길을 걸었다.  일본정부가 늦장을 부리지 않고 좀 더 일찍이 부동산 과열을 막고 금리인상을 단행하였다면 이 엄청난 파국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발 경제 위기의 발단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왜 일어났는가 살펴보자.
저금리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오르자 사람들은 은행 돈을 빌려 주택 투기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하였고 이에 은행들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상품을 만들어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까지 부동산 구입자금을 빌려주었다. 너도나도 은행돈을 빌려 부동산 투기시장에 뛰어들면서 부동산 거품이 팽배해졌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어 금리가 오르자 대출이자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주택을 팔기 시작하고 부동산 가격은 급락하였다. 부동산 자산 가치의 하락으로 사람들은 은행 부채를 갚을 수 없게 되고 부실채권을 떠안은 은행은 몰락하니 이것이 미국발 경제위기의 시작이 아니었던가? 

현정권은 출발부터 강부자 내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출발하였다. 이미 일본과 미국의 실패 사례를 보면서도 일부 소수의 건설자본과 부동산 부자들의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투기억제를 위한 규제를 철폐하며 부동산 거품을 키워가다가 국가 경제를 완전히 절딴내려 하는가?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


*경주 최부자가 12대 300년간이나 인심을 잃지 않고 만석꾼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사방 100리안에 굶어죽은 사람이 없도록 하고, 흉년에는 땅을 사들이지 않고, 1년에 1만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않는다는 자기 절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불공정거래로 끼워팔기까지 하며 개같이 돈을 모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도 자선사업으로 막대한 돈을 정승처럼 쓰면서 '친절한 자본주의'를 외치고 있지 않는가?
 한국의 졸부들이여, 제발 이웃을 짓밟고 나라의 운명을 저당잡히며 당신들의 치졸한 욕심만 채우지 말기를 거듭 바란다.

  1. 서울에서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와 목동.분당.평촌.용인 등 비강남권 가운데 최근 집값이 급등한 7개 지역을 말함 [본문으로]
  2. 공공의 이익을 위해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적절히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 법적인 근거로 헌법 제122조는 이에 대해 '국가는 토지소유권에 대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법 제2조는 '개인의 소유권리라도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동법 제212조에서는 '개인의 소유권이라도 정당한 이익이 있는 범위 내에서만 행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본문으로]
Posted by 상운(祥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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